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한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이 인물에 대한 수많은 일화와 만나야 함을 의미한다. 그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보통 그와 그의 “패밀리”(배우와 스텝들로 이루어진 비교적 확고한 앙상블)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용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파스빈더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이 글은 단순히 투사(Projektion)나 정신분석학적 해석에 근거하여 그의 영화에 대한 어떤 관점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13달인 어느 해> (1973)라는 영화에 나타난 영상미학적 특성들을 탐구할 것이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영화 제작 조건들을 알아보고, 개별 장면들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다. 동시에 다양한 의미들을 구축하는 여러 영화적 층위들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소개하는 장르 분류에서는 영화 장르와 파스빈더 영화가 가진 미학적 공통성을 밝혀준다. 3장에서는 육체와 성이라는 테마를 다룬다. 미국 영화학자 카자 실버맨(Kaja Silverman)의 자크 라캉(Jacques Lacan)에 근거한 해석을 통해 여성주의 독법의 한 예를 자세히 설명하고 해명한다. 실버맨은 영화의 해석을 남성 주체성에 대한 자신의 상위 연구에 통합하고, <13달인 어느 해>에 등장하는, 성, 육체, 마조히즘 같은 여러 가지 복잡한 테마들을 강조하여 보여준다. 4장에서는 영화가 제시하는 정치적, 역사적 문제를 다루며 이 영화에 대한 앨새서의 분석이 소개된다. 그는 <13달인 어느 해>를 당시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 1970년대의 서독을 지배했던 의식의 특별한 형식을 기술한다. 이 외에도 들뢰즈 영화 책 『시네마』와 영화에서 항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한 고통의 동기(주도 동기)들과 미장센 전략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후, 독일 중서부 루르 지방에 위치한 보훔 대학 영화 및 방송학과(현 미디어학과)에서 학위논문 '영화와 컴퓨터-피상성의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귀국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다 현재는 한국외대 독일어과에서 독일 문학 및 영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낭만주의>(공역), 로타르 미코스의 <영화 및 텔레비전 분석 교과서>(공역)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