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이 책은 오늘날 서부 말레이시아인 말레이반도에서 말레이인들이 고대부터 최근까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어떠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법제도를 형성, 발전시켜 왔는지를 개괄해 본 역사서다. 말레이반도는 지리적으로 동서세계, 즉 중국과 인도 그리고 그 너머 서아시아와 유럽을 바닷길로 연결하는 무풍지대인 멀라까 해협을 끼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일찍부터 상인들을 비롯해 바닷길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동서 무역의 교차로였다. 본 연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 사회의 유서 깊은 전통인 이슬람 문화는 결코 정체된 과거의 낡은 유물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혁신을 거치며 한 국가 또는 사회의 고유한 정체성의 형성 및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학이라는 사실이다. 근대화를 선점하고 규격화한 서구의 대표적인 근대화 이론 중 하나인 ‘전통-근대 이분법적 구도’의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좁게는 말레이시아, 넓게는 동아시아 문명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예측을 시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