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용어는 예전에는 기본적으로 공공 감시, 심의, 책임과 관련된 넓은 의미에서 긍정적인 함의를 가진 용어였다. 하지만 오늘날 이 용어는 기만, 부패, 비효율성 그리고 공공부문과 사적 부분에 부당한 개입 등의 의미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며 점점 ‘더러운 무엇’이라는 의미가 더욱 많이 함유된 용어로 쓰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정치와 정치인들을 그렇게 혐오하게 되었을까? 오늘날 이런 정치혐오에 대한 조건들은 어떻게 확대되어 왔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들에 이 책은 다양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콜린 헤이는 오늘날 어느 정도 발전의 궤도 하에 들어선 민주주의 틀 속에서 이러한 정치이탈 현상에 대한 원인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분석 대상은 단지 이런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원인 설명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식적인 정치(formal politics)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다른 형태의 비공식적인 정치참여 방식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기존의 전통적인 정치에 대한 이해 방식보다는 - 보다 덜 국가 중심적인, 보다 덜 공식적인 정치 - 에 대한 개념들을 방어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우리가 정치적 행위자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기존 정치학의 다양한 이론 비판과 함께 인간본성에 근거한 다양한 가정들을 통해 오늘날 정치 환멸을 분석해 내고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정치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우리가 정치에 대한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헤이는 이런 분석과 설명을 통해 동시대의 ‘정치이탈’ 현상이 단지 현상이 아닌 ‘정치 위기’ 상황까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는 바로 발전하고 있는 참여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정치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가 급증하고 있는 이때에 이 책의 존재는 또 다른 참여 민주주의 대안을 생각하게 하는 시금석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