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르 쿠스로(Am? Khusrau, 1253-1324)는 최초의 힌디어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중세 페르시아 문학의 대표 시인으로 손꼽히는 까닭에 페르시아어로 쓴 아미르 쿠스로의 궁정시, 수피 시는 페르시아 문학에서 충분히 연구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쿠스로의 힌디어 시는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당시 힌디어는 지배계층의 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쿠스로의 수수께끼 시 속에서 일상의 언어인 힌디어가 문학의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힌디어와 힌디어문학이 태동하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쿠스로가 활동하던 13세기는 힌디 문학이 태동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지방 토후들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방언으로 쓰인 영웅 서사시 이외에도 다양한 문학 경향이 혼재되어 있었다. 힌디어의 전신인 어쁘브란슈어가 여전히 사용되었고 불교, 자이나교 그리고 밀교인 싯드(Siddh)와 나트(Nath)의 문학도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쿠스로 역시 페르시아어로 궁정시나 수피시를 쓰는 것 이외에도 힌디어로 새로운 형식의 시를 시도했다. 당시 인도 지배계층의 언어였던 아랍-페르시아어, 터키어 그리고 대중들의 언어였던 힌디어 등 이들의 의미와 형태를 변형시켜 만든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수수께끼를 만들었다. 물론 수수께끼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쿠스로는 수수께끼라는 대중적인 형식을 통해 그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비록 그 시대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가 문학사적으로 주요 흐름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지배 계층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 속에는 예술성과 오락성이 잘 결합되어 있어 문학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시대에 국한된 형식이나 주제가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보편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13세기의 수수께끼라 할지라도 오늘날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이 책에는 쿠스로의 힌디어 수수께끼 시 『뻬헬리』를 포함해 이를 변형해 만든 『무끄리』, 『도스쿠네』, 『니스바뜨』 중 고증이 이뤄진 시를 중심으로 선별해 번역했으며, 수수께끼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인도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