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 4세가 왕위 찬탈 후 죽을 때까지 헤어 나오지 못했던 ‘피의 정통성’의 문제는 ‘과연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더불어, 자신에게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헨리 4세와 그의 아들 웨일즈 왕자 할이 그 정통성을 대체하기 위해 구사한 지배 전략과 연관 지어진다. 그들의 지배전략은 철저히 마키아벨리적이어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빼놓고 이 작품을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1513년 집필하기 시작해 1532년에 출판했고, 『헨리 4세 1부』는 1600년에 초판이 출판되었으니 두 작품 간의 상관관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연 이상적인 군주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우리 눈에 이상적으로 보이는 군주는 정말로 이상적인가?’라는 질문을 연이어 낳는다. 할 왕자의 관점에서 읽는다면 그의 마키아벨리적 군주로서의 성장기를 읽게 될 것이며, 최근에 나온 그와 관련된 영화 <더 킹: 헨리 5세>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폴스타프의 거침없는 자기 비하 속에 숨겨진 당대 현실의 폭로에 중심을 두고 읽는다면, 교수대가 남용되고 길거리에는 노상강도가 득시글거리며 돈을 가진 자들이 돈으로 자신의 의무를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떠넘기고 권력자들의 권력 다툼 속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전쟁터로 끌려가 총알받이로 희생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한 잔 걸치고 즐기는 역할 놀이로 삶의 고단함을 잊고 새벽에 일어나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는 민초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충북대학교 창의융합본부 초빙교수
충북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충북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 박사
논문 Henry IV 1,2 부에 나타난 권력과 저항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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