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는 현실 너머 새로운 길을 상상하고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걷게 한다. 시와 함께 걸으면 이 막막한 나날을 쉬이 지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긴다. 그러니 일단 시와 함께 걸어보자. 일상을 화급하게 휘두르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막상 헛것인 일들에 둘러싸인 우리. 시와 함께 걸으면 그 시간을, 이 지상의 삶을 조롱과 냉소가 아닌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인내와 힘이 생기고 시가 일으키는 상쾌한 바람의 길을 만난다. 시는 내 판단의 뿌리, 자비와 사랑의 뿌리, 즐거움의 뿌리, 재잘거리는 내 수다의 뿌리, 내 침묵과 미소, 슬픔의 뿌리다. 시와 함께 걸으며 견디며 지나온 나날들, 그동안 시와 함께 한 글들을 모아서 일상에서 시가 바람처럼 신비롭게 전하는 사유와 성찰의 힘을 질문하고자 한다.
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시를 통과한 느낌과 사유를 주고받는 나눔을 위해 매일 쓰고 매일 걷는다.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것과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믿음의 실천을 궁구하는 공부 길을 걷는 중이다. 번역에도 관심이 많아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와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영역시집 Fifteen Seconds Without Sorrow (2016) 그리고 Ah, Mouthless Things (2017)를 출간하였고 한국 현대시인 44명을 모은 The Colors of Dawn: Twentieth-Century Korean Poetry (2016)를 번역, 편집하였고 영미시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도 기쁘게 하는 중. 시를 통해 우리 삶과 세계를 읽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