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1601년에 집필된 『햄릿』은 중세 때부터 덴마크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던 슬픈 왕자의 전설을 소재로 쓴 것이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는 이 극이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인 삶과 죽음의 본질적 문제들을 고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오 브란데스(Georg Brandes)는 『햄릿』을 근대 최초의 철학적 연극이라 명명하고, 햄릿을 전형적인 근대적 등장인물이라 평가했다. 『햄릿』은 한 인물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부딪혀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무너져 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동생에 의한 형의 살해와 왕권찬탈, 그 동생과 형수의 근친상간적 결합 등 참으로 추악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햄릿은 우울하고 염세적이 된다. 햄릿에게 이 세상은 이성과 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는 비이성적인 본능과 욕망만 난무하는 이 세상에 한없는 환멸을 느낀다. 그래서 햄릿의 첫 독백은 세상에 대한 회의와 죽음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살을 죄악으로 금지한 하나님의 율법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극적인 변모를 통해 모든 존재 속에 들어 있는 양면적 성격을 드러낸다. 아무리 선한 사람에게도 어둡고 위험한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렇게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햄릿은 작품 속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나 독자나 관객에게나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고 영원히 해독이 불가능한 신비로운 텍스트로 남아 있다.
옮긴이 권오숙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출강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의 연구이사
주요 저서
『맥베스: 양심을 지닌 아킬레스』(2018, 에디투스)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다』(2016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셰익스피어,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다』
『청소년을 위한 셰익스피어』(2011 대한출판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 도서),
『셰익스피어와 후기 구조주의』(2008 문광부 선정 우수 학술도서),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2005 학술진흥재단 선도연구자 지원 사업선정),
주요 역서
『맥베스』,『오셀로』, 『헨리4세』 2부, 『살로메』등
주요 논문
「셰익스피어 한국어 번역 100년사」
「19세기 아동 문학 풍토와 램 남매의 <셰익스피어 이야기 각색 연구」
「재소자들의 윤리적 갱생을 위한 셰익스피어 치유법」
「셰익스피어의 법률희곡 『베니스의 상인』과 『자에는 자로』를 통한 셰익스피어의 법률관 연구」등 다수